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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의 공벌레, 이제니 본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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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의 공벌레, 이제니

geesilver 2018. 2. 1. 09:19

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.
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.
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.
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.
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.
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.
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하염없이 얼음을 지칠 테다.
지칠 때까지 지치고 밥을 먹을 테다.
한 그릇이 부족하면 두 그릇을 먹는다. 해가 떠오른다.
꽃이 핀다.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.
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음독의 시간.
지금이 몇 시일까. 왕만두 찐빵이 먹고 싶다.
나발을 불며 지나가는 밤의 공벌레야. 여전히 너도 그늘이구나.
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.
죽었던 나무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알았다.
틀린 맞춤법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.
부끄러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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